송원松原이 만난 산청인(10) 산청이 낳은 세계적인 생물학자 곽연식 교수

산청시대 2023-03-01 (수) 03:05 1년전 578

“유명한 과학자가 되기보다는 좋은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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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을 산청은 선비의 고장이라 수많은 학자들이 배출된 고장이다.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이 학맥은 대대로 끊이지 않았는데, 근래에는 산청이 낳은 세계적인 생물학자가 탄생했으니 곧 곽연식(郭然植) 교수다.

그는 1971년 유맥이 도도히 흐르는 현풍 곽씨 문중에서 곽진구(珍坵)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진구는 국립산청호국원 유치위원장을 맡아 지역의 거센 반대에도 슬기롭게 극복하여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고, 그의 형인 유식(楢植)은 산청군 산림조합 전무로서 지역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그는 1971년 단성면 사월리에서 태어나 남사초등학교와 진주중학교, 대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경상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2000년 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금호그룹 산하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분자생물학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로 유학해 식물병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 8월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노블연구소’에 고등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식물유전학 연구에 참여했으며, 이후 2011년 2월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핵심 연구기관인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11년 3월부터 경상국립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의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필자는 계묘년 음력 새해가 열리는 초하룻날, 선산을 성묘하고 돌아오는 그를 자택에서 만났다.

 

-사월리에는 면우 선생을 모신 이동서당(尼東書堂)이 있다.

“이동서당은 면우 곽종석(?宇 郭鍾錫) 선생을 모시고 유림이 향사하는 서당인데 저의 부친께서 오랫동안 내임으로서 관리해 왔다. 면우 선생은 현풍곽씨 정랑공파 25대로 저에게는 방조(傍祖)가 되신다. 선생께서는 조선말 주자학자로서 일제강점기 때에 조선의 유학자 137분을 대표하여 우리나라의 독립청원서인 <파리장서>를 집필하시고 ‘파리장서사건’을 주도하셨다. 독립투사로 많은 활동을 하시기 이전에 선생께서는 기존의 성리학에 얽매이지 않는 독자적 사상가로 많은 학설과 집필을 남기셨다. <면우문집>으로 대표되는 60여권의 한학서를 집필하셨으며, 정계나 벼슬에 뜻을 두지 않으셨고, 단지 학문에만 열중하시어 많은 후학을 가르치고 배출하셨다. 저의 연구실에 면우 선생께서 1900년 초에 동문수학하신 선배분에게 보낸 개인적인 편지의 원본이 있는데, 당시 선생께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시고, ‘국가를 다시 세우는 데는 100년은 족히 걸릴 것 같다’는 염려와 한탄을 하신 내용이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였을 뿐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걱정하고 이끌었던 한국의 선비 정신을 대표하시는 분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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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서당                                                                                                 면우선생 유허비 

 

-농업생명과학을 연구하게 된 동기는.

“중학교 때, 다음에 어른이 되면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경상대학교 농생물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군 입대를 하게 되었고 제대를 한 달 정도 남기고, 제대 후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대학은 공부를 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대학 복학 후 바로 실험실 생활을 시작하면서, 실험과 연구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전공에 대해 설명한다면.

“제 전공인 식물병리학은 식물에 발생하는 다양한 병의 미생물학적, 생태학적 연구를 통해 식물의 건강을 돌보는 분야인데 요즘 ‘식물의학’으로 불리고 있는 분야이다. 교수로 임용된 후에는 식물마이크로바이옴 분야를 주 연구주제로 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군은 수많은 미생물과 태초부터 아주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연구하는 분야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저는 식물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 생태, 그리고 진화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어떤 연구실적을 가지고 있는지.

“2011년 경상국립대학교 식물의학과에 부임 후 식물 미생물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2016년 국제미생물생태학술지, 2019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 등 지난 12년 동안 국제학술지에 175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 국제식물병리학회, 국제마이크로바이옴학회 등 권위 있는 국제 학술대회에 초청 연사로 많은 강연들을 수행했다.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웰러 교수님과 토마쇼우 교수님 두 분은 ‘식물 미생물’의 개념을 최초로 증명하셨고, 40년이 넘도록 식물 미생물을 연구하고 계신다. 미국,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200여명의 제자들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후속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은 네덜란드, 미국에 있는 동문들과 지속적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적 수준의 식물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연구를 주도하는 그룹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국내외적으로 여러 수상을 했다.

“이러한 노력과 결과들을 관련 학회와 기관에서 우수하게 평가하여 주어서 2016년 ‘한국과학인 총연합회 최우수 논문상’을, 2021년에는 ‘동오농업기술인상’, 2022년 ‘한광호농업연구상’ 등 수상을 하게 되었다. 제가 수상을 하게 된 동기는 식물-미생물-곤충 생태계에 가장 중요한 3대 생물군의 상호 협동 관계를 규명하고 세계 최초로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교수로서 또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은 당연히 우수한 논문과 제자들이다. 2016년, 제가 발표한 국제적 논문에는 캐나다, 영국, 미국의 연구진들이 참여하여 실험을 수행하고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무엇보다 제가 국제 연구팀을 이끌고 각 연구팀의 주제와 결과를 점검하고 지도하면서 우수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였을 때, 연구자로서 자부심을 가진 경험이 이후 더 많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던 씨앗으로 기억에 남는다. 우리 실험실 제자들은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원, 농축산검역본부 등에 연구사, CJ 제일제당, KT&G에 연구원 등 모두 훌륭한 연구기관에서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로 성장하였다. 매우 보람을 느낀다.”

 

-평소에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좌우명은.

“항상 강조한다. ‘유명한 과학자가 되기보다는 좋은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가르친다. 내가 오늘 배우는 과학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항상 타인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은 제자들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저 스스로에게 매일 되새기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친이 저에게 항상 강조하시는 말씀 중에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가 있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그 직분에 따라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이라 깊이 새기고 또 제자들에게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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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곽교수, 부친 곽진구, 모친, 형 곽유식 전무 

 

-고향 발전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 시대, 지역 종말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 산청은 흔히들 힐링을 주제로 관광과 휴식을 말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관광은 사람들이 다녀갈 뿐이기에 산청은 사람들이 이주하여 머물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지리산과 한방은 산청의 대표적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메이요 병원’이 있는 미네소타주 로체스터는 인구가 12만명 정도로 아주 작은 시골이다. 하지만 ‘메이요 병원’은 전 세계에서 심장질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병원이다. 전 세계에서 심장질환 관련 환자들이 수없이 그 조그만 시골 동네를 찾아 치료와 회복을 얻고 새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산청은 한국의 로체스터가 되어야 한다. 산청의 한방을 브랜드화하여 아시아 최고의 ‘한의학 메카’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선후배 향우님들께서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매머드급 한의학 대학교를 산청에 개교하고 대규모 한방병원을 설립해야 하며, 생애건강타운을 산청군 여러 곳에 개발하여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드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물-미생물-곤충 생태계에 가장 중요한 3대 생물군의 상호 협동 관계를 규명하고 세계 최초로 증명한 과학자, 국제 연구팀을 이끌고 각 연구팀의 주제와 결과를 점검하고 지도하면서 우수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 선구적인 연구자로 여러 업적을 남긴 이 시대 세계적인 과학자가 산청인 이기에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러면서도 전통 유가 출신이기에 설날 차례를 모시고 선산을 성묘하는 정성은 선비의 고장 산청인 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의 모친 또한 단성의 안동권씨이기에 그 열매가 더욱 알차게 영글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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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심동섭 편집위원 / 진주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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