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松原이 만난 산청인(23) 후학양성에 정열 쏟은 권만옥 전 진주교육장
산청시대
2023-10-19 (목) 03:17
1개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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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도움으로 면학하면 스승 능가하는 제자 될 것” 한평생 외길인생, 후학 지도와 인재 양성에 온 정열을 바친 교육자가 있으니 권만옥(權萬鈺. 69) 전 진주교육장이다. 그는 입석초등학교와 진주중학교(19회), 진주고등학교(43회), 진주교육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행정학과), 경상국립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사와 교감, 장학사, 교장, 진주교육장 등을 거치며 40년이 넘는 세월을 오직 후학 지도에 온 정성을 쏟았다. 이러한 그의 공적은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경남교육감 표창 2회, 자랑스러운 교총인상, 경남교육감 공로패 2회, 경남도지사 공로패 2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교육공로상, 국제지식재산연수원장상을 수상했다. 또 경남교육청에서 개최한 각종 학습 지도연구대회에 출전해 우수 교원으로 인정 받았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과 경력은 96년 <역사에 빛나는 경남의 인물> 책자를 발간하는 데 보탬이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위촉장과 자격증이 그의 우뚝한 삶을 대변하고 있다.
-교육자의 길을 선택한 동기는. “내가 교직을 동경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었다. 우리 집이 입석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었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들의 사회적인 위상이나 인식이 대단하였다고 생각이 된다. 통근이 불가하여 가정을 가진 선생님들은 집을 빌려 가족과 함께 살림을 하였고, 총각 선생님들은 하숙을 하였다. 마침 우리 앞집은 선생님 하숙집이었는데, 그림을 잘 그리셨던 성 선생님(진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 퇴직)은 눈에 보일 때마다 저의 이름을 자주 불러주셨다. 그럴 때마다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그런 선생님에 대한 좋은 인식과 어머니의 소망으로 마침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나도 성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세월이 흘러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행복한 가정은 건강한 사회의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조손(祖孫)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일반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경제적이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아이들의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문제 행동은 면학 분위기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교우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건전한 학급문화 형성에 많은 애로가 있었다. 보람 있었던 일은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고 질투하며 시기하는 것을 이르는 데 반하여 청출어람(靑出於藍)과 같은 말도 있다. 푸른색이 쪽빛보다 푸르듯이, 얼음이 물보다 차듯이 스승의 도움으로 면학을 계속하면 스승을 능가하는 학문의 깊이를 가진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교직에 있을 때 보람 있었던 일은. “80년대 중반 벽지인 운리초등학교에서 3년을 근무하였는데, 경상남도 수학 경시대회 산청군 예선 대회에서 두 번을 1등으로 군 대표로 도 대회에 참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당시에 산청군 내 초등학교가 43개교였으니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아마도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웅석봉의 정기를 받아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의 섬세하고 맑은 감성으로 지혜가 자라났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다.”
-교육장은 교육계의 꽃이라고 한다.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고 했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계승 발전시켜야 하고, 잘못된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런 차원에서 2016년 <함께 배우는 진주성 전투 이야기> 지역사 교과서를 발간 보급하였다. 지역사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이며, 교과서는 교육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양식의 책이다. 따라서 ‘함께 배우는 진주성 전투 이야기’는 진주성 전투를 소재로 교사와 전 중학생이 서로 소통하며 진주지역의 역사를 함께 배우도록 만든 교재로서 진주에 대한 자긍심과 역사적 사고력을 기르고 보다 성숙한 민주시민,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평소 강조하는 좌우명이 있다면. “공자의 사상에서 비롯되는 ‘인(仁)의 철학’은 우리 모두의 핏속에 면면히 녹아있다. 어느 날 안회가 공자에게 인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 하루라도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인에 돌아갈 것이다. 인을 행하는 방법은 자기로부터 말미암은 것이지 어찌 다른 사람으로부터 말미암는 것이겠는가?” 여기서 ‘인(仁)’을 그대로 풀이하면 ‘사람(人)을 같이(=) 여겨야 한다.’라는 뜻으로 귀결될 수 있다. 즉, 남을 나처럼 사랑하고 동등하게 대하라는 뜻으로 공자의 핵심 사상을 한 마디로 함축한 말씀이다.”
-산청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세상에는 변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어버이고, 둘째는 고향이며, 셋째는 모교이다. 특히,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며, 누구에게나 다정함과 그리움, 안타까움이라는 정감을 강하게 느끼게 해 주는 엄마 품과도 같은 곳이다. 국토연구원(2021년)의 자료에 의하면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산청군도 여타 지방과 같이 저출산에 따른 인구의 자연 감소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기고,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늘어가는 현실이다. 지자체마다 정책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물론 고향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존경과 고마움을 느끼지만 산청군민 전체가 합심하여 군을 살리기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안을 끈기 있게 모색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스피노자(Spinoza)가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말은 현실에 최선을 다하라는 명언이다.”
대담 / 심동섭 진주노인대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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