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동의보감촌에서 생각하는 코로나19 극복

산청시대 2020-03-11 (수) 00:19 4년전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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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관에 내걸린 휴관 안내문

2020년 3월1일, 71년 전 오늘은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제히 울려 퍼졌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라는 역병이 전국을 뒤덮어 암울하기 그지없다. 예년 같으면 이른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북적거렸을 동의보감촌.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동의보감촌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기를 찾아야 되는 시기이지만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고 빨간 푸드 트럭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 주제관 앞에는 지난 25일부터 휴관이라는 안내문이 적혀있고 문은 굳게 닫혀있다. 홀로 산책로를 오르는 등산객과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옛날에는 이러한 전염병을 ‘역병’(疫病)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3세기 상(商)왕조 시기 갑골문에 나타나고, 서양에서는 기원전 430년 아테네에서 발생했다고 하며, 우리나라는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전염병은 인류역사와 함께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허준과 동의보감에 관한 예전 드라마에서 한 지역에 역병이 돌아 허준이 가서 치료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당시인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에는 잦은 전쟁과 이상 기후로 역병이 자주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산왕조실록에 기록된 것만도 무려 1,000건이 넘는다. 허준은 광해군의 명에 의해 역병에 관한 의서를 저술했는데 <신찬벽온방>(新纂?溫方)이다. ‘벽온방’은 온방 즉 전염병을 막는다는 것이며, 이전에 간략하게 썼던 <간이벽온방>을 보완하여 전염병 방지와 퇴치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연구 정리한 의서다.
 
이 책에 의하면 전염병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자연의 섭리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봄은 따뜻하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서늘하고, 겨울은 추워야 하는 그 때의 성질에 맞게 운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반드시 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방법은 물은 반드시 끓여 먹고, 옷가지는 삶아서 입고, 몸을 깨끗이 하며, 고여 있는 물은 퍼내어야 한다. 치료법으로 마늘과 생강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재물을 내어 놓고 가난과 질병으로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마을에서 제사를 지내는 등 사회적 공포를 없애야 된다고도 했다. 그리고 역병이 발생한 지역은 이동을 통제하고 죽은 사람은 한 곳에 파묻는 등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과 격리조치를 취했다.

조선 숙종 44년(1718) 2월 1일, 충청도 각 고을의 백성들 가운데 역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6,485명이고 사망한 사람이 1,454명이라고 충청감사가 보고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다. 이때 발생한 전염병은 마진(痲疹)이었다. 마진은 증상이 두창(痘瘡, 천연두)과 같았으나 색깔이 붉어 홍역이라 불렀으며 160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600년대 후반에는 전국적으로 크게 창궐하였다고 한다. 당시 산음(산청) 출신인 신연당 유이태 선생은 자신이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홍역치료 전문의서인 <마진방>을 저술했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 동의보감에서 언급한 개인위생과 자가 격리, 공동체의식의 발현 등을 각자 스스로가 실행해야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가 있다. 또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평소의 건강관리, 즉 양생(養生)을 깨닫는 계기다.    

민영인 / 문화관광해설사(본지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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