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산청 곶감
산청시대
2021-04-15 (목) 10:20
3년전
2191
노영록/ 변호사 지리산이 아니면 산청 곶감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남명이 없었다면 그렇게 반듯하고 예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명이 없었다면 반듯하고 예쁘지 않았을 것 떠오른 김에 더 떠올려보자. 지리산을 타고 내려온 바람은 땡감이 얼굴이 붉어지도록 바람을 머금은 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헛기침을 하며 돌아섰다. 지팡이를 끌고 덕천강을 그리며 동녘으로 가다가 허준을 만나 바람처럼 말한다. ‘저 땡감이 옷을 벗고 바람을 머금었을 때 일렬종대로 매달아 말렸다가 약으로 쓰라. 붉고 맑고 둥그니 피부미용에 좋고 혈액을 맑게 하여 순환을 도울 것이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게 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줄 것이며,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는 변종까지도 제압할 것이다.’ 허준이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무도 없는데 백의 장군이 지나다 빨랫줄에 걸어 놓은 광목 대님이 바람에 흔들렸다. <동의보감> 어느 쪽에 산청 곶감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있을 법하다. 지리산 바람이 허준 만나 곶감을 말해 남명 선생이 산청 곶감을 만드셨는지는 모르지만, 조선 초기에도 감에 관한 기록이 있다니 남명 선생님도 곶감을 보았고 드셨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지금은 온난화로 강원도 강릉 부근까지 감의 한계선이 올라갔지만, 산청이 산청 곶감의 유일한 고장이고, 산청 곶감이 세계에서 가장 붉고, 가장 맛있고, 투명한 것은 사실이다. 산청 곶감은 미국 역사 기록이 알려 ‘호간’이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미국 테네시주(州)에 있는 ‘차타누가’는 그곳에 살던 원주민 ‘차타후치’족(族)이 살던 마을의 이름을 딴 도시다. 그곳 박물관에 있는 원주민 언어 사전에 ‘호간’(hogan)이라는 단어가 있고 그 뜻은 실외 변소였다. 1998년경 나는 그 단어를 보고 깜짝 놀라 산청사람이 북미 원주민의 조상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였다. 산청 곶감을 싱키 묵다가 북아메리카까지 도망가지는 않았겠지만. 그 후 나는 나중에 누군가가 북미 원주민의 언어와 우리 사투리의 연관성을 연구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 바람이 산청 곶감을 만든 지리산 바람처럼 세계적인 연구가 되길 바라면서. 3. 글쓴이 노영록(69) 변호사는 산청읍 부리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법무법인 세광(서울 서초) 대표변호사와 재서울산청군향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