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단성향교

산청시대 2021-06-15 (화) 22:47 2년전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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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학수 /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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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입으로 응변(應辯)하는 가식의 홍보가 아니고, 돈으로 과시(誇示)하는 서투른 사치도 아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고 심성을 정화(淨化)하는 보통 사람들의 가치와 생활 양식이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인식하는 문화의 본질은 그 시대 그 사회 구성원의 일반적인 삶이라고 호언(豪言)할 수 있다. 따라서 작금의 현실이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행복 문화의 긴박한 시기임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엊그제 일이다. 욕탕(浴湯) 안에서 헤엄을 치는 젊은이를 보고 “여기는 수영장이 아닙니다”라고 일침(一針)을 놓는 백발의 늙은이를 목격했다. 젊은이가 여럿인데도, 먼저 발설(發說)하는 그 늙은이의 기발한 목욕문화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재삼 강조하지만, 문화는 역사와 전통의 집합체(集合體)이며 연륜과 비례한다는 철리(哲理)를 잊어서는 안 된다. 백세 시대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고어 사전에만 명기(明記)된 구태의 용어일 뿐이다.

더욱이 나이를 두고 인지(認知)를 따지는 것도 개인의 가치와 척도를 모르는 어설픈 주장이다. 물질과 정신이 동행하는 지금 세상에는 건강과 두뇌가 마비되지 않는 한, 개인의 능력은 시대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알다시피 참된 문화는 양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입만 떠벌리면서 어깨 펴고 나불대는 사람은 문화인의 대열에 들 수가 없다. 아니, 도포 자락 날리며 갓 쓰고 무릎 조아리면 양반 흉내는 제격일지 모르지만, 자칭 문화인이라고 고집하면 착각이고 오산이다.

문화는 공유하되 전유물(專有物)은 아니다. 인권을 무시하고 계층을 분리하는 이간적 괴물(怪物)은 더욱 아니다. 고급 양복에 물방울 넥타이를 묶고, 가죽 지갑을 펼쳐야만 문화생활이라고 자만하면 그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현대의 문화인은 고대와 근대를 조화롭게 융합(融合)하여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이 있어야 한다. 과거의 전통문화를 현대문화에 접목시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선진문화(先進文化)를 창조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부연하면 어느 자치 단체라도 문화예술의 발전 없이는 삶의 양질도 진전되지 못한다. 지역사회 주민의 행복을 잇는 의식주(衣食住)의 향상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문화는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의 희망과 지혜를 심는 창조의 산물(産物)이다. 지난해보다 올해,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고 나아서, 내일은 다시 좀 더 잘사는 일상이 문화발전의 핵심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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