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자연산

산청시대 2021-12-01 (수) 05:20 2년전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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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 / <본지> 편집위원, 전 진주경찰서장

사천에 사는 후배가 생선회를 부쳐왔다. 친구들과 횟집에 들렀다가 자연산 횟감을 보고 옛 추억이 떠올라서 보냈다는 것이다. 세상은 참 좋은 세상이다. 첩첩산중에 앉아서 싱싱한 생선회를 먹을 수 있으니. 그것도 바닷가에서도 구하기 힘든 자연산을 말이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자연산, 양식이란 말 자체가 없었고, 수족관이 없던 시절이라 활어라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자연산을 가장 먼저 찾았던 사람은 노자(老子)이다. 노자는 생존연대를 춘추전국시대로 추측하고 있어,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의 사람이다. 노자의 자연산 기호(嗜好)는 그의 사상과 철학을 일관하고 있으며, 그 정도 또한 마니아에 가깝다. 자연산 중에서도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하여, 순도 100%의 초특급 자연산만을 좋아했다. 

노자의 무위자연은 인간이란 순수한 자연의 덕을 가지고 있으나 사물의 겉모습에 가려서 사물의 진실과 가치를 바르게 인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일체의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무위자연 하는 속에서 인간의 자유스러운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또한, 우주의 본체는 크고도 무극하며 모든 삼라만상은 이 무극의 세계로부터 나온다고 말하고, 이런 자연으로 돌아가 무위로 사는 것만이 인간현실을 구제하는 길이라고 보고 자연적인 삶의 절대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이상적인 삶은 인위적인 문화를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 순진무구한 모습과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삶이라 말했다. 

또 한 사람은 중세 유럽의 계몽사상가로 알려진 장 자크 루소다. 루소는 인간의 본성을 자연상태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인간은 자연상태에서는 자유롭고 행복하고 선량하였으나, 자신의 손으로 만든 사회제도나 문화에 의하여 부자유스럽고 불행한 상태에 빠졌으며, 사악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참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간을 회복하기 위하여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두 사람의 자연산 열정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지경이다. 예나 지금이나,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자연산 좋아하는 것은 진배가 없어 보이나 단지 형이상학적이냐 형이학적이냐에 차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산중 날씨가 쌀쌀하다. 벌써 지나간 뙤약볕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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