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깨어진 거울

산청시대 2016-11-27 (일) 17:47 7년전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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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평소에 왜 결혼을 안 하시냐고 물으면 서슴지 않고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대답하신 것으로 안다. 나는 그 말씀을 100% 믿는다. 대한민국을 그만큼 사랑하셨기에 나라 걱정이 많아서 40년 지기 순실 여사에게 선의로 조언을 구하고, 선의로 도움도 준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 사이에 많은 분들이 그것이 잘못된 정실임을 수없이 진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말 어렵게 꺼낸 선의의 진언을 묵살했을 뿐만 아니라 참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어 모두 내치거나 단죄해버렸다. 그때부터 대통령은 나라와 결혼한 여인이 곁에 정인을 두고 남편을 농락한 셈이다.

 

대기업의 석연찮은 기부나, 순실 여사를 비롯한 일가에서 축적한 재산만 수천억이라는 측근비리는 두더라도, 뉴욕 타임즈에 보도된 대통령 머리에 순실 여사가 앉아 조종하는 만화에서 보듯 사실여하를 떠나 나라가 남의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 국정을 농단한 치욕에 치를 떠는 것이다. 차라리 친동생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혈육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동정이라도 보탤 수 있지만, 대한민국을 유린한 이 농단은 어떤 짓으로도 복구될 수 없는 깨어진 거울과 같다.

 

대통령께서는 아마 이 난국을 타개하고 싶고, 또 타개할 자신감도 지니고 계신 것 같지만, 나라의 주인 마음이 이미 돌아섰으니 남편과 지루한 투쟁을 계속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가기보다 내 한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겠다는 애국정신으로 파혼을 선언해 주시기를 간곡히 진언하고 싶다.

 

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 왕께서도 밤마다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백성이 신라로 도망치는 것을 목격하신 뒤에 백성이 싫어하는데 어떻게 왕 노릇을 하겠느냐고 하시며 신라에 양위하고 지리산골에 은둔하시다 돌아가신 것으로 전해진다. 백성을 사랑한 그 갸륵한 정신을 높이 사 150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임금을 후손은 물론 경향각지에서 구름처럼 모여들어 구형왕의 제례에 참석하고 있다.

 

남편이 야속하기도 하고, 반성해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남편인 국민 대다수가 이미 아내를 버리려고 거울을 깨버렸다. 더 엄격히 말씀드리면 거울을 먼저 깬 사람은 아내인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나라를 진정 사랑하고 나라와 결혼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나라가 더 이상 파탄되기 전에 이혼을 선언하고 물러가 주십사 고언의 말씀을 드린다.


송진현 경호문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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