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정의

산청시대 2022-01-27 (목) 20:33 2년전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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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편집위원 / 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바야흐로 정치시즌에 접어들면서 ‘공정과 상식’, ‘정의’라는 말들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귀에 들려온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교수가 2012년 6월 연세대 노천강당에서 강연했을 때, 1만5천명의 청중이 운집하고, 그의 저서는 영미권을 통틀어 10만권이 팔렸지만, 한국에서는 200만권이 팔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한국 사람에게 상당이 호의적이라고 한다. 

 

아무튼 최근 한국 사람들의 정의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스위스에서 나라별로 정의의 지표를 조사했는데 한국은 63개국 중 49위였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대학생을 상대로 의식조사를 했는데, 우리 사회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빈부격차에서 부정부패로 순위가 바뀌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 국민이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정의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화두에 직면하게 된다.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부터 '정의'는 실로 규정하기가 난감한 명제임에 틀림이 없다. 플라톤의 ‘국가론’에서부터 출발해서 벤담의 공리주의, 애덤 스미스가 발근(發根)하여 칸트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서 꽃이 핀 자유주의, 특히, 롤스의 실질적 평등, 마이클 센델의 공동체주의에 이르기까지 2,500년 동안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칸트는 정의와 권리를 사회 계약에서 도출해야 하고, 이 계약이 ‘가상의 계약’이라고 주장한다, 집단적 동의라고 하는 이 가상의 행위가 ‘모든 공법의 정당성을 판가름한다’고 결론 내린다. 칸트는 이 가상의 계약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이것이 어떤 정의의 원칙을 만드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거의 두 세기가 흐른 뒤, 미국의 정치 철학자 존 롤스가 이에 답하고자 했다. 롤스는 미국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예로 들면서, ‘타고난 재능으로 쌓은 부(富)는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제시하며, 타고난 재능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천부인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타고난 재능이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평등한 기회를 만들아 주어야 정의로운 사회’라는 실질적 평등을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자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며 이는 기회의 균등을 전제로 한다. 차별이 인정되는 경우는 단 한 가지 기회의 균등을 위해 사회적 약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뿐이다. 그 ‘차별’이 바로 실질적 평등이고 이러한 평등의 실현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했다. 

 

결국, 정의는 ‘기회의 균등을 전제로 한 자유와 평등의 실현’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실현하는데 시민의식의 성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개개인이 국민의식을 성숙시켜서, 활발히 정치에 참여하여, 비판적인 토론을 통해 목적을 도출한 뒤에, 그 목적 ​즉,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정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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