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거짓말

산청시대 2022-06-28 (화) 02:44 5개월전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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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 / 편집위원, 전 진주경찰서장

 

칸트의 거짓말에 대한 결벽증은 유별하다. 칸트가 그런 도덕법칙을 강조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말을 타고 산길을 지날 때였다. 강도들이 그에게 가진 것을 빼앗은 뒤 물었다. “숨긴 것이 더 없느냐?” “없습니다.” 물건을 모두 빼앗은 강도들은 그를 놓아주었다.
그런데 길을 가던 칸트의 아버지는 바지춤에 몰래 숨겨둔 금덩어리가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는 강도들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조금 전에는 경황이 없어 숨긴 게 없다고 했지만 지금 보니 이 금덩이가 남아 있었습니다. 받으십시오.” 그 말에 강도들은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강도는 빼앗은 물건들을 돌려주면서 그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이런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칸트는 정언명령 중에서도 거짓말을 가장 싫어한다. 칸트는 실제로 강연도 하고 글을 쓰면서 당시 교회를 모독한 경우도 가끔 있었다. 당시 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앞으로 다시는 교회에 대해 모독적인 언사를 하지말라”고 경고하자, 칸트는 “폐하의 충성스러운 백성으로서 앞으로 종교에 관한 공개 강의나 논문을 삼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칸트가 생각할 때 왕은 살날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로서’라는 단서를 달아서 왕이 살아 있는 동안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 이후에는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말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그의 절대적 양심이다. 그의 묘비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다고 한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감탄과 경외로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의 머리 위에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내 안의 도덕법칙이다.’

영국에서 거짓말 대회가 열렸었다고 한다. 그날 최고상을 받은 챔피언의 거짓말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다.”였다고 한다. 1997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사람이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는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사람은 하루 8분에 한 번꼴로 200번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지도층 인사들일수록 거짓말을 많이 하고, 증거가 드러나도 갖은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비트킨슈타인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것이 가장 쉽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거짓말이 난무하고 누구의 말이 옳은지, 누구의 말이 거짓말인지 혼란스럽다. 자칫 정직한 사람이 바보 취급을 당하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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