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강 시단] 새끼를 꼬며

산청시대 2022-08-31 (수) 00:36 4개월전 524

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누런 볏짚 북 띠기가
물구나무를 서면서 철퍼덕 철버덕
내 동댕이쳐진다

차롬 해진 볏짚이
아버지 엉덩이 옆에 눕는다

발가락 사이에 꼭 안긴 채
Y자 모양으로
두 손바닥을 빠르게
비비면서 회전시킨다

아버지의 양손에
맡겨진 그녀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앞으로
위로 위로 밀어 올리며 속도를 낸다

사삭 사삭 소리로 아우성을 불어내면
아버지는 침으로
양손에 작은 옹달샘을 만들어
목마른 그녀의 허기를 달랜다

한결같은 쪼임 상태로
팔자 내기로 꼬우는 새끼줄
알맞게 공간 찾아 계속 길어진다

아버지의 손바닥이 새까만 짚 때로
반짝거릴 때 수북하게
쌓여가는 새끼줄 뭉치

북 띠기도 묶고 초가지붕
새 단장도 하였으니
행복했었던 고스란한 추억 샘

아버지의 사랑 줄 되어
끝도 없이 밀려온다.

<천성 문학> 제6호 최우수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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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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