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반전(反轉)

산청시대 2023-01-25 (수) 15:58 1년전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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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편집위원 / 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우리는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삶은 바뀔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연설가인 지그 지글러(Zig Ziglar)가 겪은 실화랍니다. 지글러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 도로 한복판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공항에 이르자 예상했던 대로 비행기는 이미 이륙한 뒤였습니다. 순간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정작 비행기를 놓치고 나니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우두커니 공항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가자 불현듯 ‘이렇게 바쁘게 살아서 뭐 하나?’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살아온 지난 인생을 곰곰이 되짚어보자 이내 짜증이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마음속의 여유를 되찾은 그는 남는 시간을 휴가처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문득 사랑하는 가족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휴대폰을 꺼내고는 가족 한 명 한 명과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 것이 까마득한 옛일 같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통화를 끝내자마자 공항에 설치된 TV 모니터에 갑자기 급보가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자신이 놓친 비행기가 막 추락했다는 다급한 소식이었습니다. 그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도대체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는 뭔가를 깨닫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지그 지글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삶은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중국 변방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이 기르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습니다. 이에 이웃 주민들이 위로의 말을 전하자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하며 태연자약(泰然自若)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도망쳤던 말이 암말 한 필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주민들은 “노인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하며 축하하였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이게 화가 될지 누가 압니까?” 하며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그만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다시 위로하자 노인은 역시 “이게 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오.” 하며 표정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북방 오랑캐가 침략해 왔습니다. 나라에서는 징집령을 내려 젊은이들이 모두 전장에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진 까닭에 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새옹지마’란 고사성어가 생겨났습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고 합니다. 새옹지마는 인생 반전(反轉)의 아이콘입니다.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눈앞에 벌어지는 결과만으로 단정하지 말고 너무 연연하지도 말라’는 뜻입니다.

 

지금 처하고 있는 우리의 환경이 반드시 미래의 우리 모습은 아닙니다. 인생은 순간순간 시련과 반전의 역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시련 속에서도 반전을 기대하며 힘과 용기를 얻어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데 최근의 우리 사회 분위기는 질곡으로만 치닫고 있어 반전이 없는 시대에 사는 느낌입니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되살아나는 좋은 기운이 암울하고 칙칙한 이 땅의 분위기를 바꾸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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