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알프스 산행기(1) 몽블랑과 돌로미테 트레킹!! 출발합니다

산청시대 2022-09-02 (금) 00:19 1년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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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모니 에귀디미디 전망대

사람들은 누구나 버킷리스트(소망목록)가 있을 것이다. 특히 산악인이라면 유럽 알프스의 봉우리를 등정하거나 하다못해 트레킹이라도 한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부산대학교 산악부 OB들은 이 염원을 담아 TMB(몽블랑 트레킹)에 나섰다.
흰 산을 뜻하는 몽블랑은 4,807m로 유럽 알프스의 최고봉이자 인류 등산 역사의 메카다. 알프스를 오르는 행위를 뜻하는 알피니즘(Alpinism)이라는 용어는 1786년 여름 프랑스 샤모니 사람 자크 발마와 미셀 파카르가 몽블랑을 오르면서부터 나온 개념이다.

그전까지 인간은 높은 산을 오를 이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상에는 신이나 악마가 있어 오르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지구의 높은 설산들은 인류에게 두려움과 신비의 대상이 아닌 도전과 탐험의 영역으로 바뀌었고 알피니즘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가기에 이르렀다. 그 후 17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1953년 5월 드디어 지구 최고봉인 8,848m 에베레스트가 영국 원정대인 텐징 노르게이와 에드먼드 힐러리에 의해 등정 되었다. 에베레스트가 세계 최고봉으로 밝혀진 지 100년 만의 일이다.

이번 TBM(뚜르 드 몽블랑)은 9박 11일 일정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국에 걸쳐 있는 유럽 알프스 최고봉이자 가장 아름다운 산중 하나인 몽블랑(4,807m)을 가운데 두고 170km 구간을 8일간 반시계 방향으로 완주하는 정통 클래식 트레킹 여행이다.
1,500~2,500m 구간을 하루에 평균 20km씩을 걷는 셈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유럽 전체가 몇십년 만의 최고 더위를 겪는 중이라고 보도합니다. 몽블랑 트레일도 덥고, 건조하며 길도 말라서 매우 미끄럽다고 한다.
기온은 15도에서 25도를 오르내린다. 그래도 높은 산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훨씬 시원한 편이죠. 빠트린 건 없는지 몇 번이고 체크를 한다.

지난 7월 21일 오후 5시 50분 에티하드항공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아부다비 인터내셔널공항까지 10시간, 4시간 공항 대기, 아부다비에서 제네바 공항까지 7시간, 장장 21시간을 꼼짝없이 하늘에 몸을 맡겨야 한다.
가는 걸음에 내고향 산청 ‘2023 산청 세계전통의 학 항노화 엑스포’에 세계 각국 사람들 놀러 많이 오시라고 홍보도 세게 하고 올 요량이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 가는 길, 창밖의 나무들은 불볕더위에 숨쉬기조차 힘든 모양이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K열에 있는 에티하드항공에서 짐수속과 좌석배정을 받고 휴대폰 로밍을 한다. 공항 면세점 절반 이상은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공항은 한산하기까지 하다.
비행기에 탑승해 생선요리에 와인을 한잔하고 긴긴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가벼운 영화를 훑어본다.

드디어 중간 기착점인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지역 특산품 대추야자를 먹는다. 당도가 높아 우리 입맛에 맞다. 여기는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도 하나의 독감 수준으로 취급하는 모양이다. 이 지역 화폐 단위는 ‘디르함’이다. 환율은 355:1. 아메리카노 hot스몰 사이즈 한잔에 20디르함이라니 물가가 우리보다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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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파카르 동상                                 자크 발마 동상                                    발마 광장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위치한 제네바 공항에 도착해 1시간여를 달려 계곡에 길게 자리 잡은 등반의 발상지이자 1924년 첫 동계올림픽이 열린 샤모니에 이른다. 행글라이더 파란 하늘을 수놓고 시가지는 등반객과 관광객들로 다소 붐빈다. 계곡을 흐르는 빙하 래프팅은 한여름의 망중한을 느낀다. 아마 휴가철 탓도 있다. 몽블랑 정상을 가리키는 발마와 소쉬르 조각상이 있는 랜드마크 발마 광장을 밟자 알피니스트의 피가 꿈틀거린다.

플랑 데 레귀에서 케이블카를 한번 갈아타고 몽블랑 정상(4,807m)을 눈앞에 둔 에귀 디 미디(3,842m) 전망대를 오른다. 빙하와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4천m급 준봉들이 몽블랑을 에워싸고 발은 구름바다 위를 걸으니 고산증 증세를 느낀다. 날이 추워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는다. 몽블랑 산군 저 너머 10일 후 내가 가야 할 이탈리아 돌로미테가 기다리고 있다. 아이거, 마터호른과 함께 알프스 3대 북벽으로 유명한 그랑 드 조라스(4,208m)가 멀리 인사를 한다.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밤이 되니 뾰족한 그랑 드 조라스 봉우리 위에 별 하나가 날 내려본다. 내일 20km 걸을 배낭을 꾸려놓고 시원한 계곡 물소리 따라 만년설 품에서 잠을 청한다. 설레는 밤이다.


글쓴이 이창호(62) <본지> 편집위원은 단성면 사월리 배양마을 출신으로, 모교인 부산대학교 OB 산악부에 몸담고 있는 전문 등반가입니다. 이 위원은 농협은행 수석부행장과 NH선물 대표를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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