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알프스 산행기(2) 프랑스 샤모니에서 출발한 트레킹, 이탈리아 국경 도착
샤모니에서 버스로 트레킹 시작을 위해 작은 마을 레우슈로 이동한다. 반바지에 반소매 그리고 무릎보호대, 장갑과 챙 넓은 모자 완전무장이다. 1,800m에 위치한 벨뷰 케이블카는 미지의 세계로 나를 내몬다. 이제 꿈에 그리던 머나먼 여정을 시작한다. 케이블카를 내리자마자 황홀경에 빠져버린다. 비오네세 빙하를 지나 멀리 산악열차 길을 바라보며 네스트 오브 이글 빙하를 왼쪽으로 두고 꼴 드 뜨리코를 넘는다. 야생화와 블루베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트레킹 일정 중 가장 긴 루트를 걷는 하루다. 옛 로만 다리와 폭포를 건너며 운치 있는 알프스 경관에 접어든다. 고갯마루에 걸터앉아 지나온 길을 의심하며 발아래 한점 미아지 산장을 내려다본다. 이상고온으로 알프스의 빙하도 점점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그재그 길을 힘겹게 오르는 트레커들 힘들어도 표정만은 밝다. 만국어로 인사를 서로 나눈다. 젖소들이 큰 방울을 달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트룩 산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머리도 짧고 근육질인 이탈리아 출신 현지 여성 산악가이드인 키아라는 말도 많고 싱글벙글 지칠 줄을 모른다. 꼬불꼬불 내리막을 한참 걸어 레꽁떼민 몽슈아라는 산악마을에 이른다. 오늘 숙소인 난트보란트까지는 4km가 더 남았다. 해는 저녁 8시가 넘어도 환하다. 천신만고 끝에 산장에 도착하니 먼저 온 추적자들로 붐빈다.
7월 23일 트레킹 2일차 새벽에 비가 살짝 내린 탓에 산길은 촉촉이 젖고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아침 7시에 산장을 출발한다. 왼쪽 Notre Dame을 바라보면서 지천으로 핀 야생화들과 인사를 한다. 서울 둘레길과 몽블랑 둘레길의 거리는 170km로 비슷하지만, 스케일이 다르다. 우리 둘레길도 잘 가꾸면 뒤지지 않을 거다. 오늘 산행을 마치는 레샤피유는 캠핑족의 천국이다. 계곡은 온통 캠핑카와 텐트족들의 캠핑사이트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부흐그 쌩 모히스에 숙소를 정했다. 발리 데 레 샤피유를 중심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구간이다. 긴 구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이루어져 큰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는 루트 중 하나다.
7월 24일 트레킹 3일차 어제는 산장을 예약하지 못해 호텔에서 잤다. 알프스 산장 예약은 통상 전해에 완료된다. 산장마다 다소 비용은 다를 수 있지만 레샤피유 근처 모테 산장은 아침저녁을 포함해 90유로, 호텔은 조식 포함 60유로 정도라 하니 산장도 싼 편은 아니다. 사하라에서 날아왔다는 분홍색 모래 빙하로 덮인 에귀 글라시어(3,816m)를 바라보며 오르막을 걷는다. 나무나 그늘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땡볕이다. 걱정은 되지만 아직 체력은 남아 있다. 시차 적응과 산행에 익숙해져 간다는 증거다. 7부 능선에 다다르니 몽블랑 정상 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을 가르는 꼴드 라쎄네(2,516m)에 이른다. 1차 세계대전 때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키가 작은 나무 살리체를 사진에 담아 본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스위스 그랑콤발 산을 바라보며 내리막을 걷는다. 1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초소를 지금은 TMB 정보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카스메타에서 바게트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우묵우묵 먹는다. 하얀 혓바닥이라는 빙하 아래 예쁘게 자리한 엘리자베따 산장은 등산객으로 붐빈다. 금강초롱을 닮은 작은 종 모양의 캄파넬라 꽃과 키다리 제네시아 꽃은 7월의 뙤약볕 아래서 자태를 뽐낸다. 이탈리아 쿠르마에르 cristello호텔에 배낭을 푼다. 몽블랑을 두고 프랑스에 샤모니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쿠르마에르가 있다. 그만큼 이탈리아 냄새가 짙게 배여있는 산악마을이다. 제법 큰데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마운틴하드웨어 등등 등산용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샤모니와 쿠르마에르를 연결하는 13km짜리 몽블랑 터널이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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