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松原이 만난 산청인 (25) 남명정신 가르치는 이천규 전 산청교육장“학문의 깊이가 더해지면 군자의 길을 가게 된다”
-교육자의 길을 택한 동기가 있나. “초·중학교 내리 9년 동안 우등상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학업에 열중하고 초·중학교 전교학생회장을 역임하여 교육공동체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 때 오무홍 교감선생님(작고)으로부터 점심시간마다 혼자 불려가서 붓글씨를 배우고, 그해 교육청 학예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고 5학년 때 우수상, 6학년 때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차츰 나도 아이들에게 붓글씨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중등학교 영어 교사가 되고 싶어 4년제 대학을 지망했으나 집안 형편과 아버지의 권유로 교육대학에 갈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교원양성소 출신들로 인하여 발령이 나지 않아 아버지를 따라 집에서 걸어 30분 거리 진태마을 신계서원 소당 박태곤 선생에게서 논어 한 권을 배우고, 맹자에 들어가자마자 발령이 나서 임지로 가게 되었다. 서당 공부를 더 하고 싶었으나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1년간 논어를 공부하면서 앞으로 어떤 교직자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도 고민했는데,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바른 인성으로 노력하는 아이를 기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직에 있을 때 보람 있었던 일은. “경남도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했을 때 방과후학교가 처음으로 도입되어 각급학교와 언론기관 등에서 질문이 쇄도하는 바람에 설명회를 갖고 신문 방송사를 방문하여 홍보활동을 하면서 그 업무가 너무 힘들었으나 단기간에 학교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고 참 흐뭇하기도 하였다. 각종 언론에서는 방과후학교가 정규교육과정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으나 경남도교육청 업무 담당자로서 도내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각종 연수 활동을 전개하여 교육공동체가 먼저 이해하고 학교 교육의 보충 역할을 하는 방과후학교 본연의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을 보고 작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만족했다. 산청교육장으로 근무할 때 91세에 천왕봉을 오르신 아버지께서 96세 노환으로 4형제가 병구완하면서, 퇴근하면 아버지와 함께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 챙겨드리고 출근했던 2년여 기간이 그간 부모님께 하지 못했던 효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곧 인공지능 시대(AI)를 맞아 미국의 이코노미스트 경제 전문지가 예견한 10∼15년 이후의 직업 선택의 방향은 현재 전 세계 2만 5천여 직종 가운데 만 오천여 개가 없어질 거라는 전망을 하고 있어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산업현장이나 일상생활 현장에서는 우리 인간이 차지해야 할 자리에 로봇(인공지능, AI)이 차지하고 있어서 초·중등 교육에서도 학생의 개인별 학과 선택과 직업 선택에 관한 교육을 간과해서는 안 될 거라고 본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만 의지하는 우리 아이들의 태도 또한 문제다. 로봇은 사람이 조정하는 한낱 기계에 불과하다. 거기에 희로애락 감정이 있을 수 없고 남녀노소 장유유서 또한 모른다. 심지어 학교의 교실에도 로봇이 교사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이도 있다. 이는 인간의 본성을 망치는 일로서 어불성설이다. 특히 우리 산청의 학생들은 훌륭한 선현의 얼을 이어받아 선비정신으로 무장된 바람직한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대한다.”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하는 역할은. “교육장으로 퇴직하자마자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요청으로 지도위원으로 위촉받아 경상남북도의 각급학교를 방문하여 선비가 어떤 사람인가를 초·중·고등학생들에게 가르쳐 바른 인성을 갖도록 하는 수업 활동을 전개했다. 수련원에 입소하는 전국의 학생 교직원, 공무원, 회사원, 군인 대학생들에게 도산서원과 퇴계 묘소, 종택, 이육사 문학관, 등을 직접 인솔하여 해설하는 역할을 5년간 충실히 수행하였다. 그러던 중 우리 고장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의 간청이 있어서 초중등학교 퇴직 교장들을 중심으로 지도위원을 구성하고 지금은 전문위원으로서 지도위원을 인솔하여 경남지역의 각급학교를 방문하여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 사상을 가르치고 입소하는 수련생에게는 현장을 해설하거나 전통 예절을 지도하여 바른 인성을 소유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평소 강조하는 유교 경전 구절이 있다면. “<논어> 학이편(學而篇) 첫 3구절이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면 불역락호不亦樂乎아,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아’ 학습의 목표와 방법을 설명한 학이편 세 구절은 교육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 곧 학습의 의미를 교육자들에게 시사한다. 각주에서 ‘학지위언효야學之爲言效也’라 하여 배움은 선각자들의 지혜를 본받는 것이다. 또한 습習은 ‘조삭비야鳥數飛也’라 하여 어린 새가 창공을 날기 위해 수없이 날갯짓을 하는 모습이다. 배워서 익히면 즐겁고, 동문수학한 벗이 멀리서 찾아와 함께 토론할 수 있으면 더욱 기쁘다. 그리하여 학문의 깊이가 더해지면 누가 뭐래도 거리낌 없이 군자의 길을 가게 된다는 말이다. 군자는 곧 교육받은 자의 인간상이다.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깊이 새겨야 할 내용이라 40년 교직 여정에서 항상 가슴 벅찬 글귀로 새겨왔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우리 산청은 참으로 훌륭한 선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고려말의 삼우당 문익점 선생, 조선 중기의 대학자 남명 조식 선생과 그 제자 덕계 오건 선생, 조선 말 면우 곽종석 선생 등 이분들의 삶을 조명하여 현대 산업사회의 개인주의적 인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지역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 시발의 하나로 학교를 비롯한 향교, 서원 등 각 교육기관에서는 과거 우리 선조들이 매일 익혔던 ‘백록동규’를 권하고 싶다. 백록동규는 주자의 백록동서원에서 시행했던 학교 규칙으로 그 내용은 학습의 목표와 방법 등을 담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 유림이나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위학지서爲學之序’이다. ‘박학博學-심문審問-신사愼思-명변明辯-독행篤行’의 5단계 학습법이다. 우선 많이 배워야 한다. 다음은 의심스러운 부분은 질문한다. 한 번 더 깊이 생각한다. 맞다고 판단되면 실천한다. 이는 오늘날 공부하는 사람들의 학습 과정과 똑같으므로 현대의 학습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학규이다.
대담 / 심동섭 진주노인대학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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